모라동 국어과외







모라동에서 만난 희곡 속 한 단어의 두 얼굴
모라주공1단지와 햇살나무 작은도서관이 있는 생활권에서 진행한 모라동과외 수업에서, 한 학생은 희곡의 표현이 장면에 따라 달라지는 지점을 읽다가 선택지 하나를 골랐다. 모라중학교와 주례여자고등학교가 있는 교육생활권에서도 자주 만나는 유형이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작품의 분위기를 크게 추측하는 데 있지 않았다. 같은 시어라도 사전적 의미와 문맥적 의미를 나누어 확인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문을 닫아”라는 말에 생긴 오해
학생이 읽은 가상 희곡에는 늦은 밤 빈 교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다.
민서: 창문을 열어 둬. 바람이라도 들어오게.
준호: 이제 그만해. 문을 닫아.
민서: 네가 닫으라는 건 문이 아니라, 내 말이겠지.
학생은 ‘닫아’에 밑줄을 긋고 옆에 “열린 것을 막음”이라고 적었다. 이어진 선택지에서 “준호는 교실의 문을 닫으려 하며, 민서는 그 명령을 그대로 따른다”를 정답으로 골랐다. 문이라는 대상의 사전적 의미는 정확히 찾았지만, 민서가 “문이 아니라, 내 말”이라고 바꾸어 말한 까닭은 답안에 쓰지 않았다.
학생이 처음 잘못 판단한 지점은 표현이 전환된 뒤에도 작가와 화자를 같은 위치에 놓은 것이었다. 즉, ‘닫아’라는 말을 작가가 설명하는 뜻처럼 고정하고, 민서의 말을 준호의 명령을 단순히 되풀이한 것으로 처리했다. 그 결과 실제 장면에서 준호가 닫으려 한 대상과 민서가 새롭게 가리킨 대상을 구별하지 못했다. 문맥적 의미는 인물의 말과 행동이 놓인 장면 안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학생은 사전적 의미에서 멈췄다.
표시를 지우지 않고 장면을 갈라 읽기
교정할 때는 학생이 해 둔 ‘닫아’ 밑줄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밑줄 아래에 두 칸을 만들었다. 첫 칸에는 준호의 앞뒤 행동을 적었다. 준호는 창문을 열어 두자는 말 뒤에 대화를 끊으려 하며 “문을 닫아”라고 한다. 이 장면에서 ‘문’은 실제로 여닫는 문이고, ‘닫아’의 사전적 의미도 살아 있다.
둘째 칸에는 민서의 반응을 적었다. 민서는 곧바로 “문이 아니라, 내 말”이라고 표현을 전환한다. 여기서 ‘닫다’는 말을 멈추게 하거나 더 말하지 못하게 한다는 문맥적 의미로 넓혀 읽어야 한다. 학생은 선택지 옆에 “준호=실제 문, 민서=말을 막는 뜻”이라고 다시 썼다. 작가와 화자를 추측해 나누는 대신, 표현이 나온 인물과 그 직후의 반응을 전환 전후로 비교한 것이다. 기존의 밑줄과 문장 순서는 유지하고, 달라진 대상을 구별하는 행동만 보탰다.
순서를 바꾼 다른 장면에서 확인한 변화
며칠 뒤에는 같은 ‘닫다’가 등장하지만 앞 장면과 전혀 다른 가상 희곡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대사를 먼저 읽고, 마지막에 상황 설명을 붙였다.
아버지: 오늘은 네가 먼저 들어가거라.
딸: 싫어요. 아직 할머니를 기다려야 해요.
아버지: 마음의 문부터 닫아야 네가 견딜 수 있다.
해설: 할머니의 빈 방 앞에서 딸은 계속 문손잡이를 바라본다.
학생은 처음에는 ‘문’을 실제 방문으로 표시하려 했지만, “마음의 문”이라는 표현과 딸의 기다리는 행동을 나란히 적은 뒤 판단을 바꾸었다. ‘닫다’의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적용할 실제 문이 대사 속에 없고, 아버지는 딸에게 슬픔을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따라서 여기서의 문맥적 의미는 할머니를 기다리는 마음을 멈추고 감정을 정리하라는 뜻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단어만 바꾼 문제가 아니라, 대사와 해설의 제시 순서, 인물 관계, 표현이 가리키는 대상까지 바꾼 장면이었다.
도움 없이 읽어 낸 마지막 기록
마지막에는 표나 해설 없이 처음 보는 짧은 희곡을 건넸다.
서윤: 불을 켜 줘.
태호: 밖은 이미 환해.
서윤: 그럼 네 안의 불부터 켜.
학생은 ‘불’에 동그라미를 친 뒤 “첫 번째 불은 실제 밝기와 관련된 말, 두 번째 불은 태호가 다시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라는 뜻”이라고 적었다. 이어 “태호의 마음을 실제로 알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서윤이 ‘밖은 이미 환해’라는 말 뒤에 ‘네 안의 불’로 표현을 바꾸었으므로 두 번째 의미는 내부 대사에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작품 밖에서 인물의 과거를 상상하지 않고, 표현이 전환된 지점과 앞뒤 대사를 근거로 사전적 의미와 문맥적 의미를 구별한 것이다. 이처럼 모라동국어과외에서는 정답 표시보다 학생이 어떤 단어를 근거로 의미를 바꾸었는지까지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