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지구 국어과외







표현이 달라져도 반론의 근거를 놓치지 않는 읽기
연희지구의 가좌마을1.2단지와 범양상가가 이어지는 생활권에서 진행한 국어과외에서, 한 학생의 답안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토론 자료의 주제는 ‘학교 주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야 하는가’였다. 학생은 상대 측 발언을 다음처럼 정리했다.
“일회용 컵을 줄이면 불편하므로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다회용 컵을 사용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채점 기준은 반론의 내용뿐 아니라 상대 주장에 대응하는 근거가 정확히 연결되었는지를 보도록 제시되어 있었다. 학생은 ‘환경 보호’라는 말을 찾아 반론으로 적었지만, 상대가 말한 ‘불편함’을 직접 다루지 못했다. 표현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장과 근거의 관계가 흐려진 것이다.
한 문장에 섞인 세 가지 역할
학생은 자료에 밑줄을 그으며 상대 발언의 “사용을 제한하면 이동 중 음료를 담기 어렵다”에 파란색 표시를 했다. 이어 반론 자료의 “매장 안에서 다회용 컵을 빌리고 반납하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에는 빨간 동그라미를 쳤다. 그러나 답안을 쓸 때는 두 문장을 다음처럼 합쳤다.
“다회용 컵 제도를 운영하면 환경을 보호하고 사용도 편리해지므로 일회용 컵 제한은 필요하다.”
여기서 ‘일회용 컵 제한은 필요하다’는 자신의 주장, ‘다회용 컵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상대의 불편 주장에 답하는 반론 근거, ‘환경을 보호한다’는 별도의 설명이다. 학생은 자료에서 필요한 문장을 찾는 일은 해냈지만, 표현을 전환하면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한 문장에 섞었다. 가장 먼저 어긋난 판단은 근거를 풍부하게 보이게 하려고 설명까지 반론 근거로 묶은 순간이었다.
인천이음중학교와 인천아라고등학교가 있는 교육생활권에서 사용하는 채점 기준 답안도 같은 원칙을 보여 준다. 상대 주장을 다른 말로 바꾸더라도, 그 주장에 직접 답하는 근거가 이어져야 한다. 상대가 ‘불편하다’고 했는데 ‘환경에 좋다’만 제시하면, 주제에는 관련되더라도 상대 주장과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다.
바꾼 것은 표현, 남긴 것은 대응 관계
교정에서는 학생이 이미 해 둔 표시를 지우지 않았다. 파란 밑줄은 상대 주장, 빨간 동그라미는 반론 자료로 그대로 두고, 답안에서 목적에 맞지 않게 붙은 표현만 떼어 냈다. 먼저 상대 주장을 “제한하면 음료를 담기 불편하다는 입장”으로 바꾸어 썼다. 그 뒤 반론을 “매장 안에서 다회용 컵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으므로 그 불편을 줄일 수 있다”로 연결했다.
수정 답안은 다음과 같았다.
“상대 측은 일회용 컵을 제한하면 음료를 담기 불편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매장 안에서 다회용 컵을 빌리고 반납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그 불편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표현은 삭제하지 않고 뒤의 설명 자료로 남겼다. 다만 상대 주장에 직접 대응하는 문장과 섞지 않았다. 이처럼 표현 전환에서 고칠 부분은 표현의 방향과 문장 배치였고, 자료에 표시한 사실이나 자신의 최종 주장은 유지했다.
자료 순서가 뒤집힌 토론 카드
며칠 뒤에는 새로운 카드 세 장을 건넸다. 주제는 ‘학교 축제에서 안내 방송을 줄이고 안내 표지판을 늘려야 하는가’였다. 이번에는 반론 자료가 먼저 나왔다.
- 반론 근거: “표지판은 행사장 입구와 교실 앞에 반복해서 설치할 수 있다.”
- 상대 주장: “방송을 줄이면 이동 중인 학생이 안내를 듣지 못한다.”
- 자신의 주장: “표지판을 늘리는 방안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학생은 처음에 “표지판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 방송을 줄여도 된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문장을 완성하지 않고, 상대 주장 속 핵심을 ‘방송을 못 들을 수 있음’으로 바꾸어 옆에 메모했다. 이어 근거를 ‘여러 장소에서 반복 확인 가능함’으로 바꾸었다. 최종 답안은 “상대 측은 방송을 줄이면 안내를 듣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표지판을 여러 곳에 설치하면 필요한 내용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방송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였다.
자료가 제시된 순서와 관계없이 상대 주장을 먼저 찾아 대응시킨 점이 앞선 답안과 달랐다. 단순히 낱말만 교체한 것이 아니라, 안내 방송이라는 제재와 표지판이라는 자료 형식, 근거가 놓인 위치까지 바꾸어 연습한 것이다.
힌트 없이 설명한 마지막 판단
마지막에는 채점 기준이나 색 표시 없이 짧은 온라인 토론 화면만 제시했다.
“지역 행사에서 종이 안내장을 없애면 정보가 부족해질 수 있다. 행사 누리집에 시간표를 올리면 참가자는 필요한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은 “상대의 핵심은 안내장을 없애면 정보가 부족하다는 걱정이다”라고 먼저 설명했다. 이어 “누리집 게시가 종이 사용을 줄인다는 점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그 걱정에 답한다”고 근거를 밝혔다. 답안도 “상대 측은 종이 안내장이 없으면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사 누리집에 시간표를 올리면 참가자가 필요한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종이 안내장을 줄여도 정보 접근을 보완할 수 있다”로 완성했다.
이번에는 도움 없이 표현을 바꾸되, 상대 주장과 반론 근거의 기능을 분리하고 직접 대응하는 이유까지 설명했다. 연희지구국어과외에서 확인한 변화는 새로운 내용을 많이 덧붙인 것이 아니라, 같은 토론 자료를 읽을 때 누구의 말에 어떤 근거가 답하는지 끝까지 놓치지 않는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