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동 국어과외







선화동 국어과외에서 다룬 희곡 읽기의 한 장면
선화동과외 수업에서 한 학생이 희곡의 보기 문제를 풀다가 선택지 ③에 동그라미를 쳤다. 지문은 낡은 역 대합실에서 벌어지는 짧은 장면이었다. 학생은 대사와 괄호 속 행동 지시를 각각 읽었지만, 둘 사이의 관계를 한 인물의 말처럼 합쳐 판단하고 있었다. 선화동국어과외에서는 이 장면을 계기로 희곡에서 대사와 행동 지시를 함께 읽되, 일반적인 장면과 예외적인 장면의 경계를 구별하는 방법을 다시 확인했다.
동그라미가 시작된 곳
민수: 아직도 기다리는 거야?
(영희는 대답하지 않고 창문 쪽으로 두 걸음 물러선다. 손에 쥔 편지를 뒤집어 책상 아래에 숨긴다.)
영희: 기다린다고 꼭 오는 건 아니잖아.
문제의 보기에는 “영희는 민수의 질문에 동의하며 편지의 내용을 공개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학생은 ‘기다린다고 꼭 오는 건 아니잖아’에 밑줄을 긋고, “영희가 기다렸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므로 편지를 보여 주려 한다.”라고 메모했다. 행동 지시의 ‘숨긴다’에는 별표만 표시했다.
이때 학생은 대사의 화자인 영희와 행동 지시를 붙인 작가를 사실상 같은 존재로 처리했다. 그래서 행동 지시를 장면을 설명하는 바깥 정보로만 보고, 영희의 대사가 가진 의미를 넓혀 버렸다.
경계 앞에서 멈춰 읽기
교사는 먼저 작품 밖의 작가 의도나 영희의 과거를 추측하지 않고, 장면 안에서 정보가 바뀌는 지점을 표시하게 했다. 학생은 민수의 질문부터 영희의 대사까지를 한 덩어리로 묶지 않고, 대사 전후의 행동을 두 칸으로 나누어 적었다.
- 말로 드러난 내용: 영희는 기다린다고 해서 상대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행동으로 드러난 내용: 영희는 편지를 공개하지 않고 창문 쪽으로 물러나 편지를 숨긴다.
그다음 학생은 “대사는 인물의 말이고, 행동 지시는 그 말이 나오는 순간의 움직임과 태도를 보여 준다.”라고 정리했다. 중요한 교정은 모든 대사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민수의 질문에 영희가 직접 답하는 부분은 그대로 인정하되, 대사의 의미가 행동 지시에 의해 제한되는 경계만 고쳤다. 따라서 영희가 기다림을 인정할 가능성은 남지만, 편지를 공개하려 한다는 판단은 장면 속 행동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무대에서 다시 바뀐 조건
며칠 뒤에는 전혀 다른 가상 희곡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학교 방송실에서 방송반 선후배가 마이크를 두고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서윤: 네가 녹음 파일을 지웠다고?
(도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방송 버튼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책상 위의 봉투를 서윤 쪽으로 밀어 놓는다.)
도현: 지워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보기는 “도현은 방송을 중단하고 녹음 파일의 삭제 사실을 숨기려 한다.”였다. 이번에는 행동 지시가 대사 앞이 아니라 대사 사이에 놓였고, 인물이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과 방송 버튼에 손대지 않는 행동이 함께 제시되었다. 학생은 먼저 ‘고개를 끄덕인다’만 보고 보기에 동그라미를 치려다가 멈췄다.
학생은 행동 지시가 한 가지 뜻만 전달한다고 단정하지 않고, 같은 장면 안의 여러 행동을 연결했다. 도현이 파일을 지웠다는 사실에는 대사가 부합하지만, 방송을 중단하려 한다는 내용은 방송 버튼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지시와 충돌한다. 봉투를 밀어 놓았다는 행동 역시 숨기려는 태도보다 무언가를 건네려는 장면에 가깝다. 결국 학생은 “파일 삭제는 인정하지만 방송 중단과 은폐까지는 작품 안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답안을 고쳤다.
스스로 만든 근거표
마지막에는 힌트와 표시 지시를 모두 거두고 새 자료를 풀었다. 대전대성고등학교와 대전고등학교가 있는 교육생활권의 수업 자료라는 설정으로, 희곡 속 시장 골목 장면과 네 개의 보기를 제시했다. 학생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대사와 행동 지시를 따로 읽은 뒤, 서로 같은 방향인지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새 지문에서 인물 가람은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라고 말하면서도 (주머니 속 열쇠를 만지작거리다 급히 손을 뺀다.)라는 행동을 보였다. 학생은 “가람이 실제로 보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보기를 골랐다. 그리고 “대사만 보면 부인하지만, 열쇠를 만지작거리다 손을 빼는 행동이 숨기는 태도를 드러낸다. 다만 가람이 범인이라는 작품 밖 추측까지는 할 수 없다.”라고 근거를 썼다.
충남여자중학교, 대전글꽃중학교 등이 있는 생활권에서 접할 수 있는 희곡 학습에서도 핵심은 비슷하다. 학생은 이제 작가의 의도나 인물의 전사를 먼저 상상하지 않고, 대사가 누구의 말인지 확인한 뒤 행동 지시가 그 말을 보강하는지 제한하는지 살핀다. 마지막 답안에는 확인된 내부 근거와 아직 추측에 머무는 내용을 구분한 문장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