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동 국어과외







선학동 생활권에서 익히는 목적·독자 맞춤 표현
선학동과외 수업에서 한 학생이 토론 카드 세 장을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과제는 “학교 복도에 우산 건조대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서로 다른 독자에게 맞게 바꾸어 말하는 것이었다. 선학동행정복지센터와 가까운 생활권에서 볼 수 있는 젖은 우산 문제를 소재로 삼았지만, 핵심은 우산 건조대 자체가 아니라 글의 목적과 예상 독자에 따라 표현을 조절하는 일이었다. 선학중학교와 인천포스코고등학교가 있는 교육생활권에서도 안내문, 제안문, 토론 자료를 읽고 쓸 때 같은 판단이 필요하다.
카드 속에서 먼저 생긴 어긋남
학생은 다음 토론 카드를 읽고 주장에는 파란색, 근거에는 빨간색, 예시에는 초록색 밑줄을 그었다.
주장: 복도에 우산 건조대를 설치해야 한다.
근거: 비 오는 날 바닥이 미끄러워 학생들이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시: 지난주에는 2층 계단 앞에서 한 학생이 미끄러질 뻔했다.
여기까지의 구분은 정확했다. 그러나 학교 시설 담당자에게 보낼 제안문을 작성하면서 “복도에 우산 건조대를 설치해야 하며, 지난주 2층 계단 앞에서 학생이 미끄러질 뻔했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썼다. 학생은 카드의 근거와 예시를 모두 넣었으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선택지 ③ ‘자료를 많이 제시해 설득력을 높였다’를 골랐다.
실제로 가장 먼저 틀어진 지점은 자료의 양이 아니었다. 근거와 설명을 한 문장에 섞으면서,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요청하는 글인지 드러나지 않게 만든 것이 최초의 판단 오류였다. 시설 담당자는 사건을 감상하는 독자가 아니라 설치 여부를 검토할 사람이다. 따라서 예시는 근거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분리하고, 담당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요청 내용을 분명히 밝혀야 했다.
한 문장만 목적에 맞게 다시 세우기
수업에서는 학생이 맞게 표시한 주장·근거·예시는 그대로 두었다. 문단 전체를 새로 외우게 하지 않고, 목적에 맞지 않게 엉킨 표현만 고쳤다.
복도에 우산 건조대를 설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 오는 날 젖은 우산에서 물이 떨어져 바닥이 미끄러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2층 계단 앞에서 한 학생이 미끄러질 뻔했습니다. 건조대를 설치하면 통행 공간의 물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첫 문장은 시설 담당자에게 바라는 조치를 직접 제시한다. 둘째 문장은 설치가 필요한 이유이고, 셋째 문장은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마지막 문장은 요청과 기대 효과를 연결한다. 같은 자료라도 친구들에게 토론 참여를 권하는 글이라면 “우리 반도 우산을 건조대에 걸어 안전한 복도를 만들어 보자”처럼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이때 전문적인 행정 용어를 덜어 내는 것은 내용이 바뀐 것이 아니라 예상 독자에 맞춘 조정이다.
새 카드에서 달라진 독자와 목적
며칠 뒤에는 원래 카드와 전혀 다른 자료가 제시되었다. 이번에는 ‘학교 도서관의 점심시간 좌석 예약표’를 두고, 독서 동아리 친구들에게 참여를 권하는 토론 카드였다.
- 주장: 점심시간 도서관 좌석 예약표를 사용하자.
- 근거: 이용하려는 학생이 몰리면 자리를 찾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 예시: 지난 수요일에는 세 명이 같은 열람석을 차지하려고 차례를 다시 정했다.
학생은 이번에는 주장과 근거를 한 문장으로 뭉치지 않았다. 먼저 “점심시간 도서관 좌석 예약표를 사용하자”라고 적고, 친구들이 읽을 글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약표가 있으면 빈자리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라고 풀어 썼다. 예시는 본문 한가운데 길게 넣지 않고, 카드 아래에 “지난 수요일에도 같은 자리 때문에 이용 순서를 다시 정했다”라고 짧게 배치했다. 행정 담당자에게 보내는 제안문처럼 딱딱한 “설치해 주시기 바랍니다”를 그대로 옮기지 않은 것도 중요한 변화였다.
이 활동에서 자료의 위치와 주장 순서는 달라졌지만, 판단 기준은 하나였다. 학생은 “누가 읽는가”와 “읽은 뒤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가”를 먼저 확인한 뒤, 같은 사실을 요청형으로 쓸지 권유형으로 쓸지 결정했다. 단어 몇 개만 바꾼 반복 문제가 아니라, 제재와 독자, 목적, 자료 배열을 모두 바꾼 독립 적용이었다.
힌트 없이 완성한 마지막 카드
마지막에는 도움말 없이 ‘학교 주변 보행 안전 지도를 주민에게 알리는 온라인 게시글’이 주어졌다. 자료에는 “오후 4시 이후 문남마을 입구의 횡단보도 앞에 자전거가 자주 세워진다”는 관찰 기록과 사진 설명이 있었다. 학생은 곧바로 주민을 예상 독자로 정하고, 글의 목적을 위험 장소를 알리고 자전거 이동을 요청하는 것으로 정했다.
문남마을 입구 횡단보도 앞은 오후 4시 이후 보행 공간이 좁아집니다. 관찰 기록에도 자전거가 통행로에 세워진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자전거는 지정된 거치 공간에 세워 보행자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 주세요.
학생은 “위험하다”라는 막연한 표현만 쓰지 않고 시간과 장소를 근거로 제시했다. 또 사진 설명을 사실처럼 과장하지 않았으며, 주민에게 요구하는 행동을 마지막에 분명히 적었다. 제출 전 스스로 “주민에게 정보를 알리는 글인가, 친구에게 토론을 권하는 글인가”를 물은 뒤, 독자와 목적이 달라지면 어휘와 문장 끝맺음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학동국어과외에서 확인한 변화는 정답 암기가 아니라, 새 자료 앞에서 목적과 독자를 기준으로 표현을 스스로 선택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