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동 국어과외







부곡동 국어과외에서 확인한 시적 화자 판단의 기준
부곡동과외 수업에서 한 학생이 현대시 문제의 오답 선택지에 동그라미를 쳐 왔다. 시에는 다음과 같은 가상 구절이 제시되어 있었다.
“나는 창문을 닦는다 / 떠난 사람의 손자국이 흐려질 때까지 / 골목 끝 우체통에는 오늘도 내 이름이 없다.”
학생은 ‘이 시의 화자는 시인 자신이므로,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작가의 마음을 드러낸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작품의 제목이나 해설을 보지 않고 장면의 앞뒤를 비교해 보자는 과제였지만, 작가와 시적 화자를 같은 사람으로 처리한 채 답을 정했다. 이 장면은 부산광역시립서동도서관이나 고촌어울림도서관에서 혼자 시를 읽을 때도 반복될 수 있는 판단이었다.
작가 이름보다 먼저 확인한 것
수업에서는 학생이 이미 표시한 부분을 모두 지우지 않았다. ‘창문을 닦는다’에는 밑줄이 남아 있었고, ‘내 이름이 없다’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먼저 시 속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를 찾아보게 했다. 화자는 ‘나는’이라고 말하며 창문을 닦고, 우체통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나 시 어디에도 그 인물이 시인 본인이라는 단서는 없다.
학생이 가장 먼저 잘못 판단한 지점은 작가와 화자를 자동으로 동일시한 것이었다. 작가가 작품을 썼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시 안에서 말하는 인물이 누구인지는 작품 속 말과 행동, 처지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작가의 마음’이라는 표현을 곧바로 정답 근거로 삼을 수 없었다.
교정은 간단한 비교표로 진행했다.
- 장면 전: 화자는 창문에 남은 손자국을 바라본다.
- 장면 후: 화자는 손자국이 사라질 때까지 직접 창문을 닦는다.
- 마지막 단서: 우체통에 자신의 이름이 없음을 확인하며 부재와 기다림을 드러낸다.
학생은 ‘시인’이라고 적었던 메모를 지우고, ‘떠난 사람과 관련된 흔적을 정리하며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리는 인물’이라고 다시 썼다. 이때 작품 밖의 작가 정보나 실제 경험을 추측하지 않고, 화자의 발화와 행동만 근거로 삼았다. 이미 찾아낸 ‘손자국’과 ‘내 이름이 없다’라는 표시도 그대로 활용했으므로 읽기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하지는 않았다.
다른 장면으로 옮겨 본 판단
며칠 뒤에는 같은 주제를 다루되 제재를 바꾼 시를 제시했다.
“새벽 버스의 빈 의자에 / 나는 귤 두 개를 올려 둔다 / 기사님은 아무 말 없이 출발하고 / 차창 밖 운동장에는 아이들 목소리만 남는다.”
이번에는 ‘화자는 버스 기사이며,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다’는 보기가 함께 나왔다. 학생은 처음에 버스가 출발한다는 문장만 보고 기사를 화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귤 두 개를 올려 둔다’라고 말하는 인물이 화자이며, 기사님은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으로 따로 제시되어 있음을 표시했다.
학생은 인물 관계를 추측하지 않고, 말하는 주체와 관찰되는 대상을 분리했다. 화자는 버스 안의 빈 의자에 귤을 놓는 사람이고, 기사에게 말을 걸지는 않는다. 아이들 목소리 역시 화자가 듣는 외부 장면일 뿐이다. 그래서 ‘화자는 떠난 아이를 기다리거나 기억하는 승객’이라고 답하고, ‘기사님이 화자라는 근거는 시 안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재와 질문이 달라졌지만, 전환 전후의 행동과 화자의 발화 여부를 비교하는 기준은 스스로 선택했다.
부곡동 생활권에서 이어진 독립 재현
부곡중학교와 금양중학교, 부산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와 내성고등학교가 있는 교육생활권에서 국어 학습을 이어 가는 학생들에게도 이 구분은 중요하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실제 삶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시 안에서 누가 말하고 무엇을 경험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곡동국어과외 수업의 마지막 문제에서는 해설과 힌트를 모두 가렸다.
새 자료는 바닷가 방파제를 배경으로 했다.
“나는 젖은 장화를 현관에 세워 둔다 / 아버지의 배가 돌아오는 날이면 / 파도는 낮게, 낮게 문 앞까지 온다.”
학생은 ‘아버지가 화자이다’라는 오답을 고르지 않고, ‘나는’이라는 발화 주체와 ‘아버지의 배’라는 기다림의 대상을 구분했다. 이어 “화자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는 가족 구성원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젖은 장화를 준비해 두는 행동과 아버지의 배를 기다리는 표현이며, 화자의 나이나 작가와의 관계는 작품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썼다.
한 주 뒤 같은 유형을 다시 풀었을 때도 학생은 작가 정보나 자신의 경험을 끌어오지 않았다. ‘누가 말하는가’는 대명사와 발화, ‘어떤 인물인가’는 행동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로 확인한다는 기준을 먼저 적고, 각 문장에 근거를 표시했다. 정답을 맞힌 데서 끝나지 않고, 작품 밖 추측과 작품 내부 단서를 스스로 구분해 화자를 설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