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동 국어과외







평화동 국어과외에서 만난 ‘-리다’의 경계
평화동과외 수업에서 학생이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것은 다음 예문 세트였다. 삼천대왕장미아파트와 떡정거리로 이어지는 생활권에서 진행한 수업이었지만, 핵심은 생활 배경이 아니라 주동 표현과 사동 표현을 구별하는 일이었다. 완산중학교와 상산고등학교, 전주고등학교 등이 있는 교육생활권에서도 자주 만나는 유형이지만, 접사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하면 경계에서 쉽게 흔들린다.
① 바람이 창문을 열었다.
② 아버지가 아이에게 창문을 열게 했다.
③ 종이 한밤중에 울렸다.
④ 누나가 종을 울렸다.
답안보다 먼저 확인한 한 줄
학생은 ①과 ③에 밑줄을 긋고, ②와 ④에는 동그라미를 쳤다. 옆 메모에는 “-게 하다 또는 -리-가 있으면 사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③의 ‘울렸다’를 사동으로 골랐다. “누군가 종을 울린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였다. 반면 ①은 ‘열었다’에 사동 접사가 없다고 보고 주동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때 결과가 틀어지기 시작한 지점은 최종 선택 자체가 아니었다. 학생은 예외나 경계를 확인하기 전에 겉으로 드러난 서술어 형태만 보고, 변동 전 표현을 복원하지 않았다. ‘울렸다’가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누가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했는지 묻지 않은 것이다.
서술어의 관계를 다시 세운 뒤
기존에 맞게 판단한 ①과 ②의 표시 방식은 그대로 두었다. 대신 각 문장에서 행동의 주체와 영향을 받는 대상을 두 칸에 나누어 기록했다.
- ① 바람이 창문을 열었다: 바람의 힘으로 창문이 열린 상태가 되었지만, 문장 안에 바람이 창문에게 행동을 하도록 시킨 관계는 없다. ‘바람이 창문을 열다’는 주동 표현으로 보았다.
- ② 아버지가 아이에게 창문을 열게 했다: 아버지가 원인이고, 아이가 실제로 창문을 여는 행동의 주체이다. 다른 사람이 행동하게 만든 관계이므로 사동 표현이다.
- ③ 종이 울렸다: ‘울렸다’를 곧장 사동으로 확정하지 않고 ‘종이 울다’로 되돌려 적었다. 종 자체가 울리는 상황을 나타내므로 주동 표현이다.
- ④ 누나가 종을 울렸다: ‘누나가 종을 울리게 했다’는 관계가 성립한다. 누나가 원인이 되어 종의 울림을 일으키므로 사동 표현이다.
교정은 모든 문법 판단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학생이 이미 구별한 ②와 ④의 핵심은 유지하고, 형태를 본 뒤 반드시 변동 전 표현을 복원하여 행동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만 덧붙였다. ‘-리-가 보이면 사동’이라는 메모는 지우고 “누가 누구를 행동하게 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었다.
조건을 바꾼 새 예문 세트
며칠 뒤에는 표기만 비슷한 문장이 아니라, 주어와 대상의 위치를 바꾼 자료를 제시했다. 학생은 먼저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이어 괄호 안에 복원한 표현을 적었다.
가. 아이가 동생을 웃겼다.
나. 동생이 한참 웃었다.
다. 차가운 바람에 촛불이 꺼졌다.
라. 아버지가 촛불을 껐다.
학생은 가의 ‘웃겼다’를 ‘웃게 했다’로 바꾸어 적고 사동으로 판단했다. 나의 ‘웃었다’는 누군가의 행동을 일으킨 관계가 없으므로 주동이라고 설명했다. 다에서는 ‘꺼졌다’의 모양만 보고 사동으로 처리하지 않고 ‘촛불이 꺼지다’로 복원했다. 라는 ‘아버지가 촛불을 꺼지게 했다’는 뜻이므로 사동으로 분류했다.
이번에는 교사가 “-히-나 -리-가 붙었는지 표시하라”고 알려 주지 않았다. 학생은 예문의 소리와 표기를 비교한 뒤에도 접사 형태를 정답의 출발점으로 삼지 않았다. 특히 다에서 “바람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문장 속에서 촛불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든 주체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라고 근거를 밝혔다. 조건과 주어의 위치가 달라져도 같은 세부 개념 안에서 판단한 것이다.
도움 없이 진행한 마지막 검산
마지막 자료는 다음 세 문장이었다.
① 아이가 풍선을 터뜨렸다.
② 풍선이 터졌다.
③ 형이 동생을 재웠다.
학생은 답을 먼저 말하지 않고 각 서술어 옆에 변동 전 형태를 적었다. ①은 “풍선이 터지게 한 행동”이므로 사동, ②는 “풍선이 터지다”이므로 주동, ③은 “동생이 자게 했다”이므로 사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태가 바뀌었는지만 보면 ②도 사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복원한 문장에서 다른 대상에게 행동을 시킨 관계가 없으므로 주동”이라고 덧붙였다.
평화동국어과외 수업의 최종 확인은 정답 개수가 아니었다. 학생이 새로운 예문에서 스스로 변동 전 형태를 복원하고, 행동의 주체와 대상 사이에 사동 관계가 있는지 설명했는가가 기준이었다. 이번에는 힌트 없이도 그 순서를 선택했고, 각 판단의 근거까지 문장으로 남겼다.